어제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바쁜 척 하기도 싫고 실제로 그저 바빴으니 하는 소리다. 몸이 그런데다 마음도 너무 바빠 성주 소성리를 다녀오는 길에서는 운전대를 꽉 붙잡고 있어야 할 만큼 졸음이 쏟아졌다. 지금은 자정을 넘어 1시. 그런데 왜 나는 아직 잠도 오지 않고 잠을 쉬 이루기도 싫어하며 이러고 앉았는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되뇌었던 시인 김수영처럼 나는 왜 이다지도 답답한 가슴을 안고 그 정도 일에 분개해서 잠도 안 자고 눈알을 부라리며 말똥해져 있는가. 동맹 운운 우쭐대며 익숙하게 천대해 온 그들의 말이 하루이틀 아니어서 그저 조그마한 거라고 지나치지, 왜 이슥도록 화를 돋우어 허리 꼿꼿이 세웠는가.
아니다. 아예 대놓고 짓밟아도 좋다는 그의 말에는 참지 아니 하겠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장관 로아드 오스틴이란 작자가 방한해서 한다는 소리가, 사드 기지 미군들의 기초적 생활이 엉망이라며 공사를 방치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그럼, 그 공사를 온몸으로 막아나선 소성리의 사람들을 불도저로 깔아뭉개도 좋다는 말인가.
살구꽃 피고 개울이 흐르던 평화로운 마을 한가운데로 미중 대결의 화약고가 될 미군기지가 생겨날 판인데 울고불고 눕고 끌려가고 할퀴어지고 외쳐도 하나둘씩 기지는 완성되어 가고, 이 나라의 정부는 하나둘씩 완성되어 갈 때까지 협조만 하고 앉았는데, 이제는 미국의 국방장관이 날라와 미군 생활이 안락하지 않다면서 무엇이라? 지금 방치라고 말했느냐.
여기도 꽃들이 피어 있다. 기지의 빨대가 꽂힌 달마산에도 진달래가 붉게 타고 있고, 내 머리까지 가지를 내린 벚꽃의 향연에 딱새와 직박구리가 자유롭게 노니는 여기 이 땅에도, 생명이 쉬고 있다. 제발 그만해라. 진짜 나도, 소성리 할매들도 편히 자고 싶다.
2021.3.29. 송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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